상세정보
ROUND 2
신자경, 정준원
Shin Jakyung, Jung Junwon
2025.08.06.-08.29.
*기획/글 : 김아름 큐레이터
노자는 도덕경에서 '무(無)'의 철학을 설명하며, 그릇의 유용함은 그 빈 공간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 같은 철학적 사유는 기물과 장신구에서 기능과 쓸모를 덜어내는 신자경, 정준원의 작업에서 돋보인다.
갤러리 지우헌은 8월 6일부터 29일까지 금속공예의 실존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전시 《ROUND 2》를 선보인다. 한국과 독일 양국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신자경과 정준원은, 동서양의 공예 철학을 융합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신자경의 작업은 친숙한 사물들이 낯선 존재로 변모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손잡이가 분리되는 숟가락, 양초가 불규칙한 용수철 같은 형태로 이어진 촛대, 납작하게 눌린 컵 모양의 브로치 작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해체를 통한 사물의 재구성이다. 그는 '숟가락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원초적 질문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사물의 조건들을 하나씩 탐구하고 변형시켜 나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기능을 넘어선 형태의 본질, 그리고 사용자와 사물 사이에 성립하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이다.
정준원의 장신구는 몸을 벗어나서도 독립적 존재감을 지닌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반지, 브로치와 보관함을 겸하는 이중 기능 오브제, 분리 배치된 한 쌍의 귀걸이 등은 사물을 둘러싼 기존 개념에 도전하며, 장신구가 착용되어야만 완성된다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낸다. 이에 관람자는 그 미완의 착용을 상상하면서도, 보이는 것 자체로 완결된 조형 세계를 마주한다.
두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은 '비움'의 미학이다. 신자경과 정준원이 기물의 기능을 해체하고 장신구를 몸에서 분리할 때, 그것들은 부족함이 아닌 새로운 쓰임으로 거듭난다. 이는 노자가 말한 그릇 속 빈 공간이 지닌 의미와 맞닿아 있다.
갤러리 지우헌의 한옥 공간은 이러한 맥락에 깊이를 더한다. 전통 목구조의 따뜻함과 금속의 차가운 정밀함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질적인 물성 간의 대화가 시작된다. 한편 가벽으로 나뉘면서도 연결되는 공간 구조는 두 작가의 접근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명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ROUND 2》는 금속공예가 단순한 기법의 전승을 넘어 동시대적 사유의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금속의 단단함 속에서 유연한 사고의 가능성을 연다. 비움과 불완전함으로 완성이 거듭나는 순간, 두 번째 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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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안내
기 간 2025.08.06.(수)~08.29.(금)
(일요일/월요일/공휴일 휴관)
운영시간 10:00~18:00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오 프 닝 08.06.(수),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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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주차불가)
후 원 월간 <디자인>, 푸른문화재단
협 찬 녹터널